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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덜살에
울아부지와 함께
순장(殉葬) 당한
세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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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장례(葬禮)를 치르고 난 후
찍은 사진(寫眞)이니
이 사진(寫眞)이
나의 영정사진(影幀寫眞)으로
시기적절(時期適切)하게 딱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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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문(自警文)
스스로를 경책(警責)하는 글
사마산하정한옥(司馬山下整閒屋)
사마산(司馬山) 아래에
한가(閑暇)하게 살 집을 정리(整理)하였다
무식다아일병부(無食多兒一病夫)
먹을 것은 없는데
자식들만 많으니 참으로 한심한 지아비일세
요학문장추보백(要學文章追甫伯)
학문(學問)을 하려 하거든
두보(杜甫)와 이태백(李太白)의 문장(文章)을 따를 것이며
희담격치양정주(喜談格治養程朱)
언론(言論)을 펼치려거든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배우라
리초불식영생교(利超不識營生巧)
세상(世上) 이익(利益)에 매달리지 말고
교묘(巧妙)하게 생명(生命)을 부지하고 가계부(家計簿)를 뒤적거리지 말아라
주후상다사기추(酒後常多使氣醜)
술을 거나하게 마셔 술기운이 돌면
술기운에 항상 흉한 모습만 보여주게 되는구나
자위비광수긍허(自謂非狂誰肯許)
나는 스스로 위안(慰安)을 삼기를
미친게 아니라고 하건만 그 누가 나를 믿겠는가?
천사만산여진우(千思萬算余眞愚)
천번(千番)을 생각해보고
만번(萬番)을 계산(計算)해 봐도 나는 참으로 어리석으이
丙午 6월 15일
조엄(照掩) 김용환(金用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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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글을 쓰신
3일 후에
세상을 떠나셨다.
참으로
도인(道人)과 같은 마지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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